제주

검색
  • 0
닫기

미국 한복판서 제주 4.3 '미국 책임론' 봇물

0

- +

유엔서 제주4.3 인권 심포지엄 열려...참석자들 "미국정부 외면말라"

21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뉴욕 유엔에서 열린 제주4.3 인권 심포지엄에서 강우일 주교(오른쪽)가 기조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제주4.3평화재단 제공)

 

유엔 제주4.3 인권 심포지엄에서 4.3에 대한 미국의 책임론이 집중 거론됐다.

‘제주4·3의 진실, 책임 그리고 화해’라는 주제로 21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 회의실에서 열린 심포지엄에는 유엔 외교관과 38개 국내외 협력단체 관계자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선 제주 4.3에 대한 미국의 책임문제와 함께 4·3평화 화해운동을 노벨평화상 추천운동으로 승화하자는 의견이 제시됐다.

기조발표에 나선 강우일 주교(전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는 “제주4·3은 미국과 한국 정부 당국이 저지른 인권과 인간 생명에 대한 대대적인 위반이자 범죄였다”며 “처형과 학살을 한국경찰과 군인이 저질렀지만, 정책을 수립하고 명령을 이행한 이들은 미군 지도부였다”고 주장했다.

강 주교는 “미국 당국이 어떤 식으로든 입장을 표명해 주기를 바라며 유엔의 다른 회원국들도 보편적 인권을 위한 연대의 표시로 이 잊혀진 역사에 대해 관심과 공감을 표명해 달라“고 호소했다.

한국현대사 연구의 저명한 학자인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학교 석좌교수도 ‘제주4·3과 미국의 책임’이라는 발표를 통해 “미국인 대다수가 2차대전 종전 후의 한국상황과 무관한 방관자처럼 행동하지만, 사실은 일제에 부역했던 한국인들을 지원해 3년간 한국 군부와 군경을 이끌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당시 제주도민 인구 10분의 1에 해당하는 3만명 가량을 학살하기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미국이 실질적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미 국무부 동북아실장을 지낸 존 메릴 박사도 “한국은 1948년 8월까지 미군정 통제 아래 있었기 때문에 미국 역시 상당한 책임을 져야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미군은 결과에만 주목하느라 종종 지역 치안부대의 폭행을 못 본 체했고 진압작전은 악랄하고 무자비하게 전개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1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뉴욕 유엔에서 제주4.3 인권 심포지엄이 열렸다. (사진=제주4.3평화재단 제공)

 

노근리사건을 집중 보도한 공로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던 찰스 핸리 전 AP통신 편집부국장은 4·3 당시 미국 양대 언론인 AP통신과 뉴욕타임스의 보도태도를 분석,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들 언론의 제주4·3에 대한 보도는 한 단락 내지는 길어야 예닐곱 단락에 불과했고, 정보의 출처는 서울에 주둔 중인 미 육군인 경우가 부지기수였다”며 “철저하게 냉전의 관점에서 사태를 바라봤다”고 분석했다.

‘제주4·3과 국제인권법’을 발표한 백태웅 하와이대학교 로스쿨 교수(유엔인권이사회 강제실종위원)는 “제주4·3 토벌의 과정에서 벌어진 과잉진압, 대량 학살, 초토화 등은 결코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중대한 사안이며 그 책임의 유형도 형사법적 책임은 물론 민사법적 책임, 인권법적 책임 등을 망라한 종합적인 요소들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책임관계의 논의를 위해선 구체적 사실관계의 확정과 증거의 축적 등을 포함해 매우 정밀한 논의와 검증의 과정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4·3당시 북촌학살사건의 유족인 고완순 할머니는 일가족 6명의 피해 상황을 증언한 뒤, “유엔은 세계 평화와 인권을 위해 설립된 국제기구라고 들었다”며 “유엔의 설립 취지에 맞게 미국이 4·3의 진실 해결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심포지엄의 사회를 맡은 박명림 연세대학교 교수(김대중도서관 관장)는 ‘제주4·3의 화해모델’을 강조하며 “관용과 상생의 절정의 모습을 보여준 제주모델은 향후 남한의 과거사 극복, 한반도 통일시의 과거사 처리, 세계 허다한 지역의 갈등 및 트라우마 사례들에게 학습되어야 할 범례로 기록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박 교수는 “4·3 평화 화해운동은 가해와 피해, 민과 관, 진보와 보수를 뛰어넘어 화해와 상생, 관용과 용서의 상징으로 거듭나고 있다”며 “글로벌연대를 통해 노벨평화상 추천운동을 전개하자”고 제안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선 또 4·3 참상의 진실과 미국 책임문제를 다루기 위한 국제위원회의 필요성과 유엔 기록보관소의 자료 검색, 워싱턴DC에서의 4·3심포지엄 개최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추천기사

스페셜 이슈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