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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고유정 사건 부실수사 인정…책임자 감찰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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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사건 수사체계 바꾸고 실종수사 매뉴얼도 개선키로

피고인 고유정. (사진=자료사진)

 

CBS노컷뉴스가 집중 보도한 '고유정 사건' 부실 수사 의혹에 대해 경찰청이 초동수사와 압수수색 과정에서 문제점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이와 함께 경찰청은 수사 책임자에 대한 감찰조사를 의뢰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도 공식 발표했다.

7일 경찰청은 '고유정 사건' 부실수사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달 2일부터 경찰청 합동 현장점검단이 제주동부경찰서 등 제주에서 진상조사를 벌인 지 한 달여 만이다. 이번 발표는 경찰청 기자실에서 백브리핑 형식으로 이뤄졌다.

경찰청 진상조사 결과 유가족의 실종신고 이후 경찰의 초동수사 과정에서 최종 목격자‧장소에 대한 현장 확인과 주변 수색 지연, 현장보존 미흡 문제가 확인됐다.

경찰청 진상조사단 관계자는 "아무리 실종사건이 수색 중심이라 해도 범죄 개연성을 염두에 두고 폐쇄회로(CC)TV 확인이나 탐문수사를 긴장감 있게 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범죄현장 보존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또 경찰이 사건 초기 충북 청주시 고유정의 거주지에서 압수수색을 벌일 당시 계획범행의 중요한 단서인 졸피뎀 약봉지를 놓친 사실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진상조사단 관계자는 "졸피뎀 관련해선 수사 경찰이 졸피뎀 존재 자체를 인식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며 "수사 과정에서 좀 더 깊이 있는 고민과 적극적인 수사 지휘가 필요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아울러 고유정 사건 수사를 맡았던 박기남 전 제주동부경찰서장(현재 제주지방경찰청 정보화장비담당관)이 적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고유정 긴급체포 영상을 특정 언론에 유출한 사실도 확인됐다.

진상조사단 관계자는 "수사 공보 규칙상 검찰 조사와 재판 절차가 진행 중인 사건과 관련해 수사기록이 대외로 유출되면 안 된다는 규칙이 있는데 이 규칙을 어긴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청은 이번 진상조사 결과를 토대로 고유정 사건 수사 책임자에 대해 감찰조사를 의뢰해 징계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거론되는 수사 책임자는 박기남 전 제주동부경찰서장, 동부서 여성청소년과장·형사과장이다.

이와 함께 고유정 사건 수사 과정에서 노출된 문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현 수사 체계를 바꾸는 등 제도 개선과 함께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우선 고유정 사건처럼 중요사건이 발생할 경우 초기부터 경찰청‧지방청‧경찰서 간 신속한 지휘체계를 구축해 전문성을 확보하고 수사 효율성을 높이기로 했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각 지역에서는 사건 발생 시 중요도에 따라 경찰서, 지방청, 경찰청에서 순차적으로 종합대응팀을 꾸리게 된다. 중요도가 큰 사건은 경찰청 차원의 종합대응팀을 운영한다.

각 종합대응팀에는 주무부서(사건관리), 수사(수사절차), 과학수사(감식‧감정), 사이버(포렌식‧추적), 피해자보호(청문) 등 사건과 관련한 모든 기능이 포함돼 있다.

기관별 종합대응팀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수사 초기부터 실시간 수사 지휘망이 운영된다.

그동안 사건 발생 시 담당 과에서만 대응했지만, 이번 제도 개선으로 경찰서뿐만 아니라 경찰청 차원의 체계적인 대응이 이뤄지게 된 것이다.

이와 함께 경찰청은 실종 신고 이후 신속하고 면밀하게 수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실종수사 매뉴얼'을 개선하기로 했다.

또 '고유정 사건'처럼 성인 남성 실종신고라 해서 위험도를 낮게 판단하는 실책을 방지하기 위해 성인 실종 사건도 초기에 위기관리에 나선다.

경찰청 진상조사단 관계자는 "수사 과정에서 미흡한 점이 확인됐다. (미흡했던 수사로) 시신을 못 찾는 부분에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이번에 확인된 미흡점은 감찰 조사를 의뢰하고, 수사 현장에 교육시킬 부분은 교육시키고, 제도개선도 함께 진행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제주도민들이 지난 달 9일 제주동부경찰서 앞에서 '고유정 사건' 부실수사 문제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고상현 기자)

 


한편 CBS노컷뉴스 단독 취재 결과 사건 초기 경찰이 '성인 남성의 자살 의심 신고'로 접수됐다는 이유로 고유정의 허위 진술에 휘둘리며 시간을 허비한 사실이 드러났다.

범행 전후 고유정의 수상한 행적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도 유가족이 경찰에 찾아주며 수사가 본격화한 사실이 지적되기도 했다.

또 경찰이 고유정을 긴급체포할 당시 계획범행의 중요한 단서인 수면제 약봉지를 놓친 사실도 확인됐다. 경찰은 뒤늦게 현 남편이 이 사실을 알린 뒤에야 관련 수사에 착수했다.

특히 고유정이 피해자 시신 일부를 제주에 버린 정황도 CBS노컷뉴스 보도로 뒤늦게 알려져 사건 발생 한 달 만에 제주에서 시신 수색이 이뤄지기도 했다.

고유정(36‧여)은 지난 5월 25일 저녁 제주시의 한 펜션에서 전남편인 강모(36)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은닉한 혐의로 지난달 1일 구속 기소됐다.

오는 12일 오전 10시 제주지방법원 201호 법정에서 첫 공판이 진행된다. 이날 피고인 고유정은 의무적으로 재판에 참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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