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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에 상처가…계모 학대로 숨진 5세 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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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기자의 사후담] 제주 의붓아들 학대치사 사건
1심서 '징역 15년' 선고…검찰·피고인 모두 항소
직접 증거 없지만, 학대 흔적이 유죄 결정적 역할
현 남편도 아동학대 방조 혐의로 검찰 수사중

지난해 12월 6일 제주시 내 한 종합병원에 실려온 김 군 모습. (사진=자료사진)

지난해 12월 6일 제주시 내 한 종합병원에 실려온 김 군 모습. (사진=자료사진)
■ 방송 : CBS 라디오 <시사매거진 제주-고 기자의 사후담>
■ 채널 : 표준 FM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 (17:05~18:00)
■ 방송일시 : 2019년 9월 25일(수) 오후 5시 5분
■ 진행자 : 류도성 아나운서
■ 대담자 : 제주CBS 고상현 기자

◇ 류도성> 제주지역의 사건‧사고 뒷이야기를 들여다보고, 행정 당국의 후속 대책을 점검하는 '고 기자의 사후담'. 오늘(25일)은 어떤 주제를 들고 오셨나요.

◆ 고상현> 지난주 월요일(16일)이죠. 5살 난 의붓아들을 상습적으로 학대해오다 결국 숨지게 한 36살 윤 모 여인이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는데요. 오늘 이 사건 뒷이야기를 자세하게 다루려고 합니다.

◇ 류도성> 이 사건이 어떻게 알려졌죠?

◆ 고상현> 피해자인 5살 김 모 군은 지난해 12월 6일 밤 제주시 내 한 종합병원 응급실로 실려 옵니다. 그 당시 김 군의 머리엔 4㎝ 가량의 봉합된 상처, 왼쪽 눈가 주위엔 멍이 있었습니다. 또 뇌 경막과 지주막하 사이의 출혈 등으로 혼수상태였습니다.

◇ 류도성> 김 군의 몸에 상처가 더 있었다면서요?

◆ 고상현> 네. 병원에 온 다음날(7일)이죠. 전공의가 김 군의 등, 팔, 다리 등 전신에 멍 자국을 발견합니다. 이 때문에 아동학대를 의심하고 아동 보호 전문기관인 제주해바라기센터에 알립니다. 이후 본격적으로 경찰 수사가 시작됩니다.

◇ 류도성> 그런데 김 군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지 20일 만인 12월 26일 안타깝게도 숨집니다.

◆ 고상현> 네. 사망 원인은 외상성 뇌출혈에 의한 뇌손상입니다. 쉽게 말해서 머리에 가해진 외부 충격으로 뇌가 심하게 부어오르고, 혈관이 막히면서 숨진 겁니다.

◇ 류도성> 김 군이 병원에 혼수상태로 실려 오기 얼마 전에 머리에 난 상처로 병원 치료를 받았다고 하는데 이 상처의 상태가 악화하면서 숨지게 된 건가요?

◆ 고상현> 네. 사망 직전이죠. 11월 30일 김 군은 계모인 윤 씨와 함께 제주시 한 개인병원을 찾습니다. 전날(29일) 김 군의 머리에 길이 4㎝, 깊이 1㎝의 상처가 났기 때문인데요. 봉합수술을 받았습니다.

◇ 류도성> 숨질 당시엔 김 군은 뇌사 상태에 이를 정도로 머리 상처가 심각했는데, 상태가 악화한 이유가 뭔가요.

◆ 고상현> 부검을 해보니 4㎝ 머리 상처 외에도 머리 10여 곳에 상처가 발견됐습니다. 11월 29일 외부 충격 이후에도 머리에 충격이 가해진 겁니다. 당시 부검의는 다른 외상이 추가로 생기거나 머리를 잡고 마구 흔드는 행위 등으로 상태가 악화한 것으로 봤습니다.

◇ 류도성> 수사 기관에선 부검 결과 등을 종합해서 김 군이 아동학대로 숨졌다고 봤어요. 김 군의 계모죠, 윤 씨를 가해자로 지목했던데 왜 그런 건가요?

◆ 고상현> 윤 씨의 남편은 가게를 운영하고 있어서 집에 잘 없었고요. 주로 윤 씨가 김 군 외에도 나머지 두 자녀(9세 여아‧7세 남아)를 양육했습니다. 사망 직전 머리에 상처가 났을 때도 제주시 집엔 윤 씨와 두 자녀만 있었습니다.

◇ 류도성> 그리고요?

◆ 고상현> 특히 사망 당시 김 군의 머리 등 전신 30여 곳에서 아동학대 흔적이 발견됐거든요. 그 외상들이 나머지 어린 자녀들에 의해 생기거나 넘어지면서 생겼다고 보기엔 어려워서 윤 씨를 아동학대 가해자로 지목했습니다.

1심 재판이 열렸던 제주지방법원. (사진=자료사진)

1심 재판이 열렸던 제주지방법원. (사진=자료사진)

◇ 류도성> 그런데 윤 씨는 재판에서도 그렇고 수사 내내 아동학대는 없었다고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죠?

◆ 고상현> 네. 11월 29일 김 군의 머리에 난 상처도 김 군이 실수로 집 복층 계단에서 굴러 넘어지면서 다쳤다고 진술했습니다. 당시 자신은 부엌일을 하고 있었다고 했고요.

◇ 류도성> 수사기관이 윤 씨의 주장을 믿지 않은 이유는 뭔가요?

◆ 고상현> 우선 계단에 부딪히면서 머리에 난 상처라면 계단 모서리에 쓸리거나 짓이겨져서 발생하는 피부 손상 등이 있어야 하는데 없었습니다. 부검의도 날카로운 모서리를 가진 물체로 가격된 상처로 봤고요. 사망 당시 머리에 남은 오래된 상처들도 비슷한 형태를 보였습니다.

◇ 류도성> 사건 이후 윤 씨의 수상한 행동도 포착됐다면서요?

◆ 고상현>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윤 씨가 포털 사이트에서 번개탄 피우는 법 등 자살 방법에 관해 검색하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암시하는 듯한 메모를 썼습니다. 이때만 해도 김 군이 사경을 헤매고 있을 때였거든요. 보통 자식을 걱정하는 부모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 류도성> 나머지 자녀들과 말을 맞춘 정황도 확인됐다면서요?

◆ 고상현> 네. 윤 씨가 경찰 조사를 앞두고 자녀들에게 그네놀이하다 사고가 났다고 하라고 시킨 정황이 확인된 건데요. 피고인의 변호인 등과 나눈 SNS 대화 내용을 보면 시뮬에이션까지 했다는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 류도성> 그런데 5살이면 말썽도 부리고 할 나이인데, 이렇게까지 학대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 고상현> 윤 씨는 2014년 현 남편과 사실혼 관계에 있었고, 재작년 2월부터 현 남편이 전처와 사이에서 낳은 김 군 등 3명을 전처로부터 데려와 키웠습니다. 윤 씨는 특히 세 자녀 중 막내인 김 군이 자신의 말을 잘 듣지 않고 떼를 쓰고 자주 운다는 이유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왔습니다.

◇ 류도성> 윤 씨가 친언니에게도 자주 스트레스를 호소했다면서요?

◆ 고상현> 네 재판에 제출된 증거기록 중엔 윤 씨가 사건 직전 친언니와 나눈 SNS 메시지 내용이 있는데요. 여기에 보면 윤 씨가 '(피해자가) 지금 보면 커서 나를 더 힘들게 할 것 같다' '지금 오빠(현 남편)랑 헤어지고 싶은 가장 큰 이유가 막내인 것 같다' 등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 류도성> 수사 기관이 아동학대 치사 사건 외에도 추가로 김 군에 대한 아동 학대 정황을 포착했죠?

◆ 고상현> 네. 모두 사망 사건 직전인 지난해 11월 이전에 발생한 건데요. 윤 씨가 뜨거운 물체를 김 군의 얼굴에 닿게 해 2도 화상을 입히거나 먼지제거기로 김 군의 엉덩이와 팔을 때리고, 무리하게 다리 찢기를 시킨 혐의 등입니다.

◇ 류도성> 윤 씨는 결국 구속됐고, 재판까지 넘어갔죠. 지난주 월요일(16일)엔 1심 재판부가 윤 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습니다.

◆ 고상현> 네. 윤 씨는 아동학대 치사와 아동학대 혐의로 구속 기소됐는데요. 이 가운데 다리 찢기, 화상 등의 아동학대 혐의는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 판결이 났고, 아동학대 치사 사건만 유죄로 인정됐습니다. 직접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범죄 전후 정황, 부검 결과, 감정 결과가 대부분 받아들여졌기 때문입니다.

◇ 류도성> 무죄 나온 부분도 있지만, 징역 15년이면 굉장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있던데.

◆ 고상현> 네. 보통 아동학대 치사죄의 경우 대법원 양형 기준을 보면 징역 6년 이상 10년 이하입니다. 1심 재판부인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는 윤 씨의 죄가 중하다고 보고 권고형보다 센 징역 15년을 선고했습니다. 최근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사회적 공분으로 처벌이 강화한 점도 작용된 것으로 보입니다.

◇ 류도성> 검찰과 피고인 윤 씨 모두 항소했죠?

◆ 고상현> 네. 검찰은 혐의 중 재판부가 사실을 잘못 판단한 부분이 있다며 항소했고, 윤 씨는 무죄를 주장하며 항소했습니다. 특히 윤 씨의 현남편인 42살 김 모 씨도 아동학대 방조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이후 재판 상황이나 수사 상황 중 새로운 내용이 있으면 다시 알려드리겠습니다.

◇ 류도성> 네. 수고하셨습니다. 지금까지 고상현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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