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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친과 잤어?" 갑질 일삼다 파면된 제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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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기자의 사후담] 제주대 갑질 교수 사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죄로 재판에 넘겨져
1심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제자에게 집 인테리어 디자인 강요
공모전 수상작에 자기 아들 이름 끼워 넣어
수업시간에 성희롱 발언에 담배 심부름까지

제자들에게 갑질을 일삼다 파면된 전 제주대 교수 A 씨. (사진=자료사진)

제자들에게 갑질을 일삼다 파면된 전 제주대 교수 A 씨. (사진=자료사진)
■ 방송 : CBS 라디오 <시사매거진 제주-고 기자의 사후담>
■ 채널 : 표준 FM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 (17:05~18:00)
■ 방송일시 : 2020년 2월 5일(수) 오후 5시 5분
■ 진행자 : 류도성 아나운서
■ 대담자 : 제주CBS 고상현 기자

◇ 류도성> 제주의 사건‧사고 뒷이야기를 자세하게 들여다보는 '고 기자의 사후담'. 지난달까지 이 시간에 도내 주요 기관장들 신년 인터뷰가 있어서 오래 쉬셨는데, 새해 첫 순서죠?

◆ 고상현> 네. 오늘 새 마음가짐으로 왔습니다.

◇ 류도성> 올해도 수고해주시고요. 오늘은 어떤 사건을 들고 오셨나요?

◆ 고상현> 공백기가 길었던 만큼 그동안 제주에서 사건 사고가 잦았습니다. 오늘은 그중에서 제주대학교 갑질 교수 사건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 류도성> 재작년이죠. 제주대학교 멀티미디어디자인전공 교수가 제자를 상대로 갑질을 일삼다 결국 파면되고, 재판까지 받았죠?

◆ 고상현> 네.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죄로 재판에 넘겨진 전 제주대 교수 61살 A 씨에 대해 지난달 10일 1심 재판부가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 류도성> 어떤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었죠?

◆ 고상현> 크게 두 가지 범죄사실이 있습니다. 하나는 2016년 4월부터 5월까지 제자 4명에게 제주시내 자신의 집 내부 인테리어 디자인을 완성하라고 지시한 혐의입니다. 나머지는 2016년 12월 제자들이 미국 스파크 디자인상에서 '마그네틱 전구'로 동상을 받자 이듬해 1월 자기 아들을 수상자 명단에 추가할 것을 지시한 혐의입니다. 스파크 디자인상은 전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공모전인데, 실제로 아들 이름이 추가됐습니다.

제자에게 인테리어 디자인 작업을 지시한 메시지 갈무리. (사진=자료사진)

제자에게 인테리어 디자인 작업을 지시한 메시지 갈무리. (사진=자료사진)

◇ 류도성> A 씨가 지도교수라는 직권을 남용해 피해자들에게 할 필요가 없는 일을 시켰다는 거죠?

◆ 고상현>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A 씨는 재판에서 모든 혐의에 대해 부인했습니다. 자신의 집 인테리어 디자인을 강요한 혐의에 대해선 제자가 인테리어 디자인 분야로 꿈을 정했기 때문에 학습 기회를 주고자 시켰다고 주장했습니다. 제자들의 공모전 수상작에 아들 이름을 끼워놓도록 한 혐의에 대해선 아들이 제작에 기여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수상자로 등재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습니다.

◇ 류도성> 재판부는 이런 주장에 대해 어떻게 판단했습니까?

◆ 고상현> A 씨의 주장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먼저 인테리어 디자인 지시 건을 보면요. 피해 학생들이 1주일에 3회 정규 수업을 마친 뒤 밤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인테리어 디자인 작업을 했다고 합니다. 디자인 작업을 할 때 보통 스케치업 프로그램을 사용하는데, 학생들은 A 씨가 가르쳐준 것도 아니었고, 스스로 유튜브 영상 등을 찾아보며 작업했습니다. 또 A 씨가 결과물을 독촉하기도 했고요. A 씨는 그 작업물을 조금만 수정하고 그대로 주택 신축공사를 진행했습니다. 이런 상황을 비추어 볼 때 학생들 학업에 도움을 주려고 시켰다는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재판부는 판단했습니다.

◇ 류도성> 제자들의 공모전 수상작에 아들 이름을 끼워놓도록 한 혐의에 대해서는 재판부가 어떻게 판단했나요?

◆ 고상현> 이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가 수상작 제작 경위를 쭉 살펴봤는데, A 씨의 아들이 기여한 부분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아들 이름을 임의로 끼워넣은 2016 스파크 디자인 어워드 수상작품 상장. 빨간 줄 부분이 A 씨 아들의 이름이다. (사진=자료사진)

아들 이름을 임의로 끼워넣은 2016 스파크 디자인 어워드 수상작품 상장. 빨간 줄 부분이 A 씨 아들의 이름이다. (사진=자료사진)

◇ 류도성> 결국 모든 공소사실이 인정돼 A 씨는 1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 고상현> 네. 제주지방법원 형사1단독 최석문 부장판사는 공무원인 A 씨가 교수 지휘를 남용해 제자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시킨 점, 사회 일반의 공정성을 저해한 점, 자신의 잘못을 인식하지 못한 점은 불리한 정상이지만, 전과가 없는 점, 제주대학교로부터 파면당한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해 판결했습니다.

◇ 류도성> 양형 사유 중에 '잘못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부분이 참 씁쓸하네요.

◆ 고상현> 사실 1991년부터 제주대 교수로 일한 A 씨의 갑질은 아주 오래됐다고 합니다. 제가 재작년에 취재하면서 만난 졸업생이나 재학생 얘기를 들어보면 담배‧도시락 심부름 등 사소한 갑질부터 고가의 서적 강매에 수업시간도 제멋대로 바꿨습니다. 또 수업 시간에 여학생에게 "남자친구와 진도 어디까지 갔어? 잤어?"라고 말하거나 남학생의 여자 친구를 보면서는 "뒤태가 예쁘다"고 말하는 등 성희롱도 비일비재했다고 합니다. 오랜 갑질이 이뤄지다 보니 A 씨 스스로 도덕성에 대해 무감각해진 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2018년 6월 제주대 멀티미디어디자인전공 4학년 학생들이 학교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고상현 기자)

2018년 6월 제주대 멀티미디어디자인전공 4학년 학생들이 학교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고상현 기자)

◇ 류도성> 결국 제주대 인권센터에서 진상조사를 벌여 이러한 사실을 확인하고, 2018년 11월이죠. 제주대 징계위원회는 파면이라는 중징계를 결정합니다.

◆ 고상현> 네. 졸업생, 재학생으로 수년간 대물림되던 A 씨의 오랜 갑질이 끝난 순간이었죠. 이 문제가 공론화됐던 것도 지금은 졸업하고, 어엿한 사회인이 된 당시 4학년 학생들의 노력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겁니다. 학생들이 학내 집회를 여는 등 꾸준히 문제 제기했거든요.

◇ 류도성> A 씨와 검찰 모두 판결에 불복하고 상소했죠?

◆ 고상현> 네. 검찰과 피고인 모두 지난달 양형 부당 등의 이유로 상소했습니다. 아직 첫 기일이 잡혀 있지 않은데, 항소심 재판 결과도 나중에 전해드리겠습니다.

◇ 류도성> 지금까지 고상현 기자였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제주대학교 본관. (사진=고상현 기자)

제주대학교 본관. (사진=고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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