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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민심 못 읽은 미래통합당 최고위원 원희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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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의 특별한 자치이야기-46화] 원희룡 제주지사와 코로나19
제주-대구 노선 항공기 운항 중단 건의했다가 철회
제주도가 사실상 대구 봉쇄 요청했다는 비판 이어져
대구시민 모두를 확진자 취급…특정지역 혐오감 조장 비판도
원희룡 지사, 대구시민 마음 다치게 해 죄송
미래통합당 지지기반 대구에 상처, 최고위원 원희룡 신속 철회 배경
심재철 원내대표 접촉한 원희룡 제주지사, 한때 집무실 격리


■ 방송 : CBS 라디오 <시사매거진 제주-이인의="" 특별한="" 자치이야기="">
■ 채널 : 표준 FM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
■ 방송일시 : 2020년 2월 25일(화) 오후 5시 5분
■ 진행자 : 제주CBS 김대휘 보도제작국장
■ 대담자 : 제주CBS 이인 기자

◇김대휘> 제주특별자치도를 둘러싼 정치적, 정책적 현안들을 분석하고 제주 정가의 뒷이야기를 전하는 이인의 특별한 자치이야기, 오늘(25일) 46번째 시간에는 ‘코로나19와 원희룡 제주지사’를 준비했다구요?

◆이인> 제주에도 코로나19 확진자가 2명이 발생하면서 비상 상황인데요. 제주도 역시 확진자 동선 파악과 접촉자 관리, 방역 조치 등을 하며 긴장의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구에서 오는 항공기를 막아달라고 건의했다가 원희룡 지사가 사과하며 철회하는 일도 있었구요. 원 지사가 미래통합당 최고위원회에 참석했다가 자발적 격리에 들어가는 일도 있었습니다.

◇김대휘> 제주-대구 노선의 항공기 운항 중단 논란부터 살펴보죠. 언제 건의가 됐나요?

◆이인> 지난 21일과 22일 제주에서 2명의 확진자가 나왔는데, 공교롭게도 모두 고향인 대구를 방문하고 제주로 온 해군장병과 서귀포위호텔 직원입니다. 대구는 이단 신천지에 의해 코로나19가 집단 감염되고 있고 제주는 물론 다른 지방에까지 전파되고 있는데요. 이 때문에 제주도는 국토부에 제주와 대구를 오가는 항공기의 운항을 중단해 달라고 건의했습니다.

원희룡 제주지사가 25일 도청 기자실에서 코로나19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제주도 제공)

 



◇김대휘> 지역사회 전파를 막기 위해 항공기 운항을 막아달라는 거였죠?

◆이인> 지난 21일 제주도는 보도자료를 통해 지역사회 전파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항공기를 통한 추가 감염이나 확산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제주-대구 노선 항공기 운항을 일시 중단해달라는 건의를 국토부에 했다고 밝혔습니다.

◇김대휘> 그런데 대구에서 오는 항공기를 막아달라는 건 사실상 대구 봉쇄조치 아닌가요?

◆이인> 제주도는 섬이잖습니까. 대부분 항공기를 이용해 제주를 오고 가는데 대구에서 오는 항공기를 막아 달라는 건 대구시민들은 제주도로 오지 마라는 얘기가 되는 거니까요. 사실상 제주도가 선제적으로 대구를 봉쇄해달라고 요청한 거나 마찬가집니다.

제주도가 25일 도청 기자실에서 코로나19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제주도 제공)

 

◇김대휘> 대구에선 충격을 받았겠어요?

◆이인> 가뜩이나 코로나19 확산 공포에 시달라고 있던 대구시민들은 정부도 아닌 자치단체가 먼저 이동권 제한 조치를 요구한 것에 당연히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우는 아이에 뺨을 때린 격이라는 거죠. 고향이 대구인 한 제주도민은 “대구시민 모두를 코로나19 확진자로 취급하는 그야말로 특정지역에 대한 혐오감을 조장하는 행태”라며 불쾌해 했습니다.

◇김대휘> 그러고보니 제주도외에 다른 자치단체가 이동권 제한을 언급한 적은 없죠?

◆이인> 제주도는 섬이라는 특성상 대구시민들은 물론 다른지방에서 제주도로 올 때 유일한 교통수단은 항공깁니다. 대구에서 항공기 운항 중단 건의를 이동권 제한 또는 사실상의 봉쇄 조치라고 부르는 이윱니다. 그런데 다른 지방은 항공기 외에 KTX가 있고 고속버스도 있습니다. 그런면에서 다른 자치단체가 대구에서 오는 KTX나 고속버스를 막아달라고 건의했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김대휘> 제주-대구 노선 항공기가 운항을 멈추면 대구공항도 사실상 폐쇄된다는 얘기가 나와요?

◆이인> 대구 현지 일간지인 매일신문에 따르면 대구공항이 보유한 국내선 10여 개 가운데 인천을 오가는 1개 노선을 빼고 나머지는 모두 대구-제주 노선이라고 합니다. 또 국제선은 중국 노선이 가로막혀 있고 동남아권 역시 코로나19 우려로 승객 발길이 대폭 줄어들었다고 하는데요. 제주-대구 노선 항공기 운항 중단 건의가 받아들여지면 사실상 대구공항도 폐쇄된다는 얘기가 그래서 나옵니다.

◇김대휘> 항공기 운항 중단이 실효성도 없다는 지적이 나오죠?

◆이인> 설령 제주-대구 노선 항공기 운항이 멈추더라도 대구시민들은 가까운 김해공항에서 항공기를 타고 제주에 올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운항 시간에 따라 김해공항을 이용하는 대구시민이 많다고 매일신문은 보도했습니다. 실효성도 없는 전형적인 보여주기 행정이라는 지적과 함께 오히려 제주 이미지만 나쁘게 할 거라는 우려도 많았습니다.

원희룡 제주지사. (사진=자료사진)

 

◇김대휘> 그래서 인가요. 제주도가 항공기 운항 중단을 철회했어요?

◆이인> 우선 원희룡 제주지사는 2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대구시민의 마음을 다치게 해 죄송하다"고 사과했습니다. "어려움에 처한 대구 시민에게 더한 아픈을 드린 것 같아 안타깝고 송구한 마음"이라며 "제주도민과 함께 대구시민을 응원한다"고도 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인 23일 제주도는 제주-대구 노선 항공기 운항 중단 건의를 철회했습니다.

◇김대휘> 그런데 원희룡 지사의 SNS 사과문에는 책임회피성 발언도 있었다구요?

◆이인> 원 지사가 같은 글에서 "긴장상태에서 진행된 회의와 실무부서의 조치를 제가 미쳐 깊이 살피지 못했다"고 말한 대목이 논란인데요. 마치 실무부서가 결정했고 원 지사 자신도 모르는 사이 국토부에 건의까지 이뤄진 것처럼 표현돼서 책임회피라는 말이 나온겁니다. 물론 원 지사는 "그 누구도 아닌 제가 제대로 챙기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지만 사실상의 대구 봉쇄 건의를 지사도 모르게 할 수 있느냐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김대휘> 제주도는 어떻게 해명하나요?

◆이인> 제주도 관계자는 제주CBS 기자와 만나 “대구에서 오는 항공기 승객만을 대상으로 발열체크를 해야 한다거나 내국인 전체를 대상으로 발열체크를 해야 한다는 등의 논의가 있다가 갑작스레 항공기 운항 중단건의로 얘기가 나왔다”며 "순식간에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원 지사가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고 말한 대목을 뒷받침 한 겁니다.

◇김대휘> 어쨌든 항공기 운항 중단은 없던 일이 됐는데, 원 지사가 미래통합당 소속 최고위원이라는 점도 부담이 됐을 거 같아요?

◆이인> 미래통합당은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이 합쳐 만든 보수정당이고, 통합당은 또 대구가 확실한 지지기반인데요. 통합당 최고위원인 원 지사가 다른 지자체도 하지 않은 사실상의 대구 봉쇄 조치를 먼저하겠다고 나서면서 정치적으로도 부담이 많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신속하게 사과하고 항공기 운항중단을 철회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는 정치권 안팎의 분석이 나옵니다.

◇김대휘> 제주도 입장에선 또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됐을 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죠?

◆이인> 제주도는 관광도십니다. 코로나19 사태로 내외국인 관광객이 줄면서 그야말로 초토화되고 있는데, 진정국면에 접어들면 관광객 유치에 나서야 할 입장인데요. 항공기 운항중단이 실제로 이뤄지면 과연 대구시민들에게 제주로 여행오세요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또 감귤 등 제주 농수산물 판매에도 애를 먹을 거구요. 여러 가지 상황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국 항공기 운항 중단 건의를 철회한 겁니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원희룡 최고위원에게 임명장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박종민기자)

 

◇김대휘> 다른 얘기를 해보죠. 원희룡 지사가 격리됐다는 건 무슨 얘긴가요?

◆이인>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이라는 자리 때문에 벌어졌습니다. 지난 20일 통합당 최고위원회에서 원 지사는 심재철 원내대표의 바로 옆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런데 심 원내대표는 전날인 19일 국회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사학혁신 방안 무엇이 문제인가’토론회에서 코로나19 확진자인 하윤수 한국교총 회장을 만났습니다. 그래서 원희룡 지사도 24일 집무실에서 격리했습니다.

◇김대휘> 코로나19 확진자와 만난 원내대표의 바로 옆자리에 앉아서 벌어진 일이군요?

◆이인>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한 심재철 원내대표가 양성반응을 보이면 미래통합당 최고위원회 당시 바로 옆 자리에 앉은 원 지사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지 않습니까. 원 지사는 또 회의 전에는 제주 4.3 특별법의 국회 통과를 위해 심 원내대표와 따로 이야기도 나눴다고 합니다. 그래서 혹시나 모를 상황에 대비해 자발적으로 격리조치를 했고 외부활동을 최대한 자제한 겁니다.

◇김대휘> 심재철 원내대표는 음성 판정이 나왔어요?

◆이인> 코로나19 검사결과 심 원내대표는 25일 음성이 나왔구요. 따라서 원희룡 지사도 집무실 격리를 풀고 25일에는 도청 기자실에서 코로나19 관련 브리핑을 하는 등 업무에 복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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