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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 유사강간' 교수 감싸나…제주대 징계 '차일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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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소 후에 징계하기로 했다가 1심 선고 뒤로 연기
교수 성폭력 사건만 유독 '신중한 태도'
제주여성인권센터 "제대로 된 성인지 관점 갖고 있나 의문"
학생들 "학생 편 안 서면 누가 피해자 보호하나"

제주대학교. (사진=고상현 기자)

제주대학교. (사진=고상현 기자)
여 제자를 유사 강간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제주대 교수에 대한 학교 측 징계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학생들은 가해자인 교수를 감싸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 '기소 뒤'→'1심 선고 후' 2차례 연기

제주대학교는 유사강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관광경영학과 A(60) 교수에 대한 징계 결정을 1심 선고 결과를 지켜본 뒤에 하기로 했다고 24일 밝혔다.

학교 측은 지난해 10월 30일 사건이 벌어진 직후 경찰로부터 수사 개시 통보를 받았다. 이후 대학 인권센터는 피해자와 A 교수를 상대로 조사를 벌여 올해 2월 결론 냈다.

조사 결과를 검토한 송석언 총장이 징계 의결을 요구해 3월 초 징계위원회가 소집됐다. 당시 검찰 수사 단계여서 징계위는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 결정하기로 했다.

지난 4월 29일 검찰이 유사강간 등의 혐의로 A 교수를 기소한 이후 6월 초 한 차례 더 징계위가 열렸지만, 징계 결정은 1심 선고 뒤로 미뤄졌다.

사건이 발생한 지 8개월 가까이 지났지만, A 교수의 징계 의결은 2차례나 연기된 것이다.

이에 대해 제주대 관계자는 "교수에게 방어권이 있다. 피해자와 가해자 간 주장이 엇갈린 부분 등을 고려해서 재판 과정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 재판장 "중대 사안" 법정 구속했는데…

하지만 지난 18일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첫 재판에서 A 교수는 혐의를 인정했다.

아울러 이날 재판장은 이례적으로 불구속 기소된 A 교수를 법정 구속했다. 사안이 중대하다고 본 것이다.

당시 재판장은 "사제 관계인데 단순한 추행을 넘어서 죄명이 유사강간이다. 이런 범죄는 대한민국에서 없어져야 한다. 본보기를 보여야겠다"며 직권으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특히 제주대는 유독 교수들의 성폭력 사건에 대해서만 1심 결과까지 지켜보는 등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2017년 6‧7월과 11월에 발생한 교수 2명의 제자 성추행 사건도 1심 판결이 나온 2019년 2월과 4월 각각 해임 등의 중징계가 나왔다.

반면에 갑질 논란이 불거진 멀티미디어전공 교수와 의과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찰 수사 단계에서 각각 파면과 정직 3개월의 징계가 이뤄졌다.

제주지방법원. (사진=고상현 기자)

제주지방법원. (사진=고상현 기자)

제주여성인권연대 송영심 대표는 "갑질 사건에 대해서는 바로 징계를 하면서도 가장 중요한 성폭행 사건에 대해서는 미온적이다. 교수가 (혐의를) 인정했는데, 징계위가 무엇이 두려워서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학교 안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징계위가 판단을 내려야 피해자에게도 보호받을 수 있는 기회가 오는 건데, 징계위 구성원들이 제대로 된 성인지 관점을 가졌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 "학생 편 안 서면 누가 피해자 보호하나"

A 교수의 징계가 차일피일 미뤄지자 재학생들도 반발하고 있다.

한 재학생(23‧여)은 "이번 사건 이전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는데 학교는 전혀 바뀐 게 없다. 사건을 처리하는 속도뿐만 아니라 태도도 여전하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재학생(22‧여)은 "대학교에서는 어쩔 수 없이 교수가 갑, 학생이 을이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교마저도 학생의 편에 서지 않으면 누가 피해자를 보호해주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사건이 알려지자 대학 커뮤니티 익명 게시판에도 '제자 분(피해자)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피해자 1년 가까이 고통받았을 듯' '와 진짜 부끄럽다' 등의 비판 댓글이 수십 개 달렸다.

제주대 커뮤니티 익명게시판 갈무리.

제주대 커뮤니티 익명게시판 갈무리.

A 교수는 지난해 10월 30일 밤 제주시내 한 노래주점 안에서 여 제자를 강제추행하고 유사 강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경찰에 따르면 사건 당일 A 교수는 상담 목적으로 피해자와 저녁 식사를 함께했다. 이후 자리를 옮긴 노래주점에서 사건이 벌어졌다.

첫 재판에서 A 교수는 성인지 감수성 부족 문제를 들먹이거나 주취와 우울증 등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했다고 변명해 재판장에게 비판받기도 했다.

2차 공판은 다음 달 16일 오후 3시 50분 제주지방법원 201호 법정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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