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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의 죄책감" 40년 만에 만난 오빠 용서해준 여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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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에게 돈 빌렸다가 사기 당한 뒤 잠적…자수성가 후 동생 수소문했지만 찾을 수 없어
우연히 사연 들은 경찰관이 만남 도와줘…여동생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 눈물만"

40년 만에 만난 구성회(73·사진 왼쪽)씨와 구옥자(66)씨. (사진=구옥자 씨 제공)

 

"그간 미안했다. 내가 죽을죄를 지어서 찾아보고 싶었지만, 여건이 안 돼서 찾지 못했어." / "경찰이 오빠 얘기를 해서 오빠가 잘못된 줄 알았어. 찾아줘서 정말 고마워."

지난 8일 오후 4시쯤 제주국제공항 입국장. 40년 만에 만난 오빠 구성회(73)씨와 여동생 구옥자(66)씨는 눈물을 흘리며 부둥켜안았다. 코로나19 여파로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서로 단박에 알아봤다.

3남매 중 둘째 오빠였던 구성회 씨가 평생 죄책감을 느꼈던, 그리고 꿈에 그리던 막내 동생을 만난 것이다.

1980년 봄 경기도 안성에서 벽돌공장을 운영하던 구성회 씨는 사업 자금으로 여동생에게 당시 큰돈이었던 200만 원을 빌렸다. 결혼을 앞두고 있던 여동생이 집 보증금 등에 사용할 자금이었다.

하지만 구성회 씨는 사기를 당했다. 이 때문에 여동생에게 빌린 돈뿐만 아니라 자신이 운영하던 벽돌공장까지 날려버렸다. 동생 결혼이 잘못될까 봐 걱정됐던 구성회 씨는 그날로 '야반도주'할 수밖에 없었다.

그 이후로 힘들게 살아왔던 구성회 씨는 1987년부터 제주에서 선박 폐선 사업과 농사일로 크게 돈을 벌어 자수성가했다. 먹고 살 형편은 나아졌지만, 여동생에 대한 죄책감은 평생의 짐이었다.

몇 년 전부터 여동생을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행적을 찾을 수도 없었다.

그러던 중 지난 6일 우연히 자신이 운영하던 식당을 찾은 서귀포경찰서 성산파출소 소속 직원에게 "여동생의 생사만이라도 알고 싶다"고 한 것이 계기가 돼 이번에 꿈에 그리던 여동생을 찾게 됐다.

성산파출소 직원들이 구성회 씨의 사연을 흘려듣지 않고, 직접 여동생을 찾아 나선 것이다. 여동생의 이름을 토대로 경기도 남양주시 한 아파트에 사는 사실을 알아냈다. 직접 아파트 관리사무소로 전화해 연락처를 얻을 수 있었다.

성산파출소의 안내로 40년 만에 여동생에게 전화한 구성회 씨는 8일 제주에서 만나기로 하고 그날 감격스럽게 상봉했다.

성산파출소 직원들과 함께 촬영한 모습. (사진=제주지방경찰청 제공)

 


구성회 씨는 취재진에게 "항상 죄인이라는 생각으로 살아왔다. 죽기 전에 동생을 만나 가슴에 쌓았던 이야기를 풀었다. 더는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특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경찰관들이 도와줘서 이번에 여동생을 만날 수 있었다. 성산파출소 직원들에게 정말 감사드린다"고 했다.

여동생 구옥자 씨도 "그동안 오빠가 세상을 떠난 줄 알았는데,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날 수 있어서 눈물만 나왔다. 경찰관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40년 만에 상봉한 직후 구성회 씨와 구옥회 씨는 서귀포경찰서 관할 성산파출소를 찾아 감사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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