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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울아빠의 영화읽기]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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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영화평론가 김양현 목사>
코로나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

 

전대미문의 바이러스에 의해 전 세계가 신음하고 있다. 코비드19는 우리의 예상과 달리 그 생명력이 질기고 전파력이 강하다. 경제는 얼어붙고 정치는 혼란이다. 코비드 19는 우리의 가치관, 인식의 전면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바이러스는 지그문트 바우만의 경고처럼 ‘유동하는 공포’가 되어 온 세상을 마비시키고 있다. 사람 간의 불신, 관계의 파괴, 배타적 이기심을 유발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진정한 인간됨은 무엇일까?

연상호 감독의 신작 '반도'는 이러한 설정에서 시작한다. 알 수 없는 바이러스가 온 세상을 강타했다. 바이러스는 폭력성을 강화하여 인간성을 파괴하고 인간을 좀비로 변형시킨다. 그 전파 속도가 너무 빠르고 강하여 온 세상은 좀비화 되었다. 인간의 문명은 멈추었고, 세상은 아비규환이다. 인간으로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있다면 이 곳을 빠져나가는 것이다.

특수부대원 정석은 가족과 함께 한반도를 탈출한 배에 승선했다. 일본행으로 예정된 배는 갑자기 항로를 홍콩으로 바꾸었다. 일본이 승선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승객실에서 바이러스에 걸린 자가 발견되었고, 좀비로 변한 그로 인해 선실은 엉망이 되었다. 정석은 이 와중에 누나와 조카를 눈 앞에서 잃었다.

홍콩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정석은 마피아 조직의 솔깃한 제안을 받는다. 좀비화 된 한반도에 엄청난 양의 금과 달러가 있으니 잠입해서 가져오라는 것이다. 가져오면 절반을 줄 것이고 그러면 구차하게 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정석은 싫었지만 누나와 조카를 잃은 매형의 제안 때문에 억지로 이 작전에 참가한다.

좀비들로 가득찬 반도에 다시 들어온 정석 일행, 좀비가 활동이 적은 밤에 트럭을 찾아 해뜨기 전 인천항에 대기 중인 선박에 오르면 끝난다. 일행은 우여곡절 끝에 트럭을 찾았다. 그러나 정체 모를 자들의 공격을 받게 된다. 일행이 죽어가고 자신도 목숨의 위협을 느끼던 찰나, 그의 앞에 자동차 한 대가 멈추더니 빨리 타라고 소리친다. 얼떨결에 자동차에 올라탄 정석, 자동차는 좀비들이 가득한 거리를 이리저리 치고 나가더니 비밀스런 장소에 도착한다.

정신을 차린 정석은 상황 파악에 나선다. 자신을 구해 준 이는 준이와 유진이라는 자매였고, 어머니 민정과 김 노인과 함께 생존해 있다. 좀비들이 가득 찬 세상에서 살아남았고 나름 생존 기술을 익힌 사람들이다. 아울러 트럭은 631 부대라는 또 다른 생존자들이 낚아채 갔고 그들은 도시 건너편에 진을 치고 좀비들의 세상에서 악마처럼 살아가는 자들이라는 정보를 얻게 된다. 물론 그들은 자신들의 생존도 노리고 있다.

정석은 두 가지 사실에 놀란다. 우선 반도에 생존자가 있다는 사실에 놀란다. 어떻게 이 지옥 같은 곳에서 생존할 수 있었을까? 또 하나 정석이 놀란 점은 631부대라는 자들의 만행이다. 그들은 좀비를 막기 위해 배치된 최후의 부대였으나 버려졌고 결국 악마화 되었다. 어쩌면 좀비보다 더 좀비스런 자들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타인을 죽일 뿐 아니라 살아남은 민간인을 들개라 부르며 그들을 잡아 좀비들의 우리에 넣어 생존 게임을 즐긴다.

감독은 디스토피아적인 세계를 그렸다. 좀비로 뒤덮인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인간 군상을 그린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그것은 미래의 일이 아니라 현재의 일이며 과거의 일이다. 지난 세기 2차 대전이라는 광기는 인간을 좀비로 만들었다. 광기 바이러스에 사로잡힌 자들은 인간성을 파괴했고, 인종 청소라는 끔찍한 만행을 저질렀다. 살아있는 민간인을 처형하고 생체 실험이라는 있을 수 없는 짓들을 일삼았다. 광기, 민족주의, 인종주의라는 바이러스가 휘감은 광기였다.

현재도 바이러스는 진행형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눈에 들어난 현상이나, 그것보다 더 무서운 탐욕이라는 바이러스가 휘감은 지 오래다. 이를테면 아파트 광풍이다. 자신이 주거할 공간이 아닌, 돈벌이, 투기의 수단으로 전국을 아파트 공화국으로 만들어버렸다. 정치, 금융, 건설 그리고 개인의 탐욕이 어우러져 전대미문의 투기 광풍에 나라 전체가 엉망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이 바이러스는 자기 손해는 절대 안 된다는 일념 하에 온 나라를 배타적 이기주의, 상대적 공격으로 몰아간다.

어떻게 해야 할까? 극중 민정의 가족처럼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채 살아가는 레지스탕스적 삶이다. 그들은 631부대에서 탈출한 자들이다. 그 광기, 야만이 싫어서 독립적으로 살아간다. 좀비화 된 것도 문제나 좀비를 이용해 자기들의 이익을 취하는 자들도 문제다. 스탠리 하우어워스가 말한 Resident Aliens의 정체성이 필요하다. 이 땅에 살아가나 정착지로 여길 것이 아니라 잠시 거주지로 여기는 그리스도인들이다. 하늘에 있는 시민권을 기억하고 이 땅에 탐욕을 두지 않는 나그네적 삶을 지향하는 영성이다.

 

또한 연대다. 깨어있는 그리스도인의 연대다. 탐욕과 물질을 숭배하지 않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채우시는 하나님을 기대하는 영성 공동체다. 광야 공동체의 삶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가 되어주고 공존하는 샬롬의 공동체다. 아울러 탐욕의 세상을 향하여 외치는 선지자적 연대다. 예수 백신에 의해 변화된 하늘 공동체의 영성이 이 땅을 깨어나게 하고 샬롬의 땅으로 만들어 나갈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소망한다.

※본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론도 보장합니다.

[김양현 목사는 제주사랑의교회를 섬기고 있으며 기독교적 관점으로 영화를 바라보는 기독영화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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